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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후기

누군가의 삶을 지배하는 영화라는 마법

by 그놈궁댕이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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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나온 '신울트라맨'

호기심에 시청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cg가 많아서 나름 만족한다.

 

 

 

 

 

 

==

엉뚱해 보이고 조금 어설퍼 보이지만....

어린아이 때부터

울트라맨을 좋아하고 동경해온 세대라면...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았을까?

 

 

 

 

 

울트라맨은 1966년 흑백 TV로 최초 방영되었다고 한다.

2022년 기준 현재 66년생은 57세니깐...

1966년에 초등학교를 다녔다면...

쉽게 말해 울트라맨은 70세쯤 되는 어르신들에게

추억과 삶의 일부가 아녔을까?

그렇듯... 영화는 영화 이상의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우리 삶에 밀접한 매체라 생각한다.

 

 

 

 

 

 

 

영화는 비주얼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접하는 관객의 마음에 따라서...

대작이 되기도, 졸작이 되기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그런 작품성이 먼저다.

 

 

 

 

 

 

 

 

==

약 10년 전

이소룡의 '정무문' 이 재개봉했었다.

(* 정무문은 1972년 최초 개봉했다.)

 

나는 퇴근하고 열심히 극장으로 향했다.

명작은 재개봉하면 꼭 극장에서 보려 한다

.

가위손, 스티브지소와의 해저여행, 정무문.......

특히 가위손을 극장에서 볼 때 너무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

위노아 라이더와 애드우드의 묘한 애정에 마음에 큰 울림을 줬다.

 

나는 정무문을 보러 갔는데

오후 8시 치고는 관객이 너무 적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 한 명

모자를 눌러쓴 젊은 여자 한 명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 남자 한 명

 

 

명작 반열에 오른 작품이지만....

관객이 나 포함해서 4명쯤 되었다.

아마 너무 오래된 영화여서 그런 것 같다.

굉장히 넓은 극장이 왠지 공허해 보였다.

 

상영이 모두 끝나고 크레딧이 오르고 있었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나가기 때문에 앉아 있었다.

중년의 아저씨와 나는 단둘이 엔딩이 모두 끝나고 극장을 나왔다.

 

 

10시가 넘었던 늦은 시간이라....

중년의 아저씨가 집을 어떻게 가야 하나...

화장실 앞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당황하고 계셨다.

 

 

나는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건넸다.

" 댁이 어디세요?

혹시, 가는 길이면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극장에서 처음 본 아저씨지만

왠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푸근했다.

 

사실 그 아저씨 집은 우리 집과 반대였다.

하지만 내가 말을 먼저 꺼냈고..

아버지 생각도 나서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중년의 신사분은 너무 고맙다고...

내 손을 꼭 잡고 감사인사를 건넸다.

 

 

 

직업은 '해양 경찰' 이라고 하셨다.

나도 '해군' 출신이기 때문에 너무 반갑다고 말씀드리니

엄청 기쁘게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저씨는 어릴 때부터 '이소룡'을 동경한다고 했다.

이소룡처럼 불쌍한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려고 '해양 경찰'이 되셨다고 하셨다.

 

 

 

가족들과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데,

우연히 정무문의 재개봉 소식을 알게 되었고...

가족을 모두 버린 채 홀로 택시 타고 인천까지 왔다고 했다.

가족을 버리고 혼자 온건 미안하지만...

이소룡은 인생의 스승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이소룡과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아저씨 집에 도착했는데...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편의점에 들어가시더니...

약 5만 원어치 과자와 과일 바구니를 사들고 오셨다.

 

아저씨는 큰소리로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바다는 내가 지킬 테니,

자네는 영화를 지켜주게."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변치 말라고...

여러 덕담을 하시며 저 멀리 사라져 갔다.

 

 

 

=

나는 30분이면 집에 갈수 있는데,

3시간이 걸려 집에 들어갔다.

 

나는 3시간이란 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 삶에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던 사건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많은 후회와 반성이 있을 것이다.

 

 

나는 독특한 경험이 있다.

약 80세의 나이로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오신 어르신이 있었다.

그분은 사진기자 출신이며,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던 한국을 빛낸 수제 중 한 분이셨다.

 

아주 어린 나이에 입체 사진을 보고 동경했다고 했다.

입체를 배우고 싶어서 사진 기자가 되었고, 나이를 더 먹기 전에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셨다.

자신이 살면 얼마나 살겠냐고 꼭 스승님이 되어 달라고 하셨다.

 

그 당시 나는 월급이 몇 년간 밀리고 있었고, 늦은 나이에 일반 영화로 전향을 꿈꾸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

제자가 되고 싶다고 계속 연락하셨는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나는 잊고 살았다.

 

 

영화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그 어르신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입체 영화를 무시할 때마다,

그 어르신의 삶을 무시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굉장히 불쾌했다.

너무 죄송스럽다는 생각과

영화라는 게 누군가에게 평생의 꿈일 수도 있구나....

깊은 사색과 마음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영화일은 정말 숭고한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의롭게 바꿀 수 있는 몇 없는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나는 홀로 생각한다.

 

늦었지만...

이제는 90도 넘으셨을 어르신께...

평생 죄송스럽게 살고 있고, 더 열심히 살아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영화인이 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그리고 그어르신이 부디 건강히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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