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 1967년작]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장편 애니
국내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1967년작 신동헌 화백의 <홍길동> 이다.
현재, 영상자료원 유튜브에 복원판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원작은 신동헌 화백의 동생 신동우 작가가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하던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다.
홍길동의 원본 필름은 꽤 오래전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애니메이션 연구자 김준양 선생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극적으로 발굴되었다고 한다.
<복원의 어려움>
홍길동은 필름이 발굴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디지털 시네마로 1차 공개가 되었다.
실제 복원은 한참 뒤인 2021년에 와서야 복원을 하게 되었다.
1960년대 셀 애니메이션 필름은 극영화와 너무 달랐다.
애니메이션이라 매우 단순한 계조와 색을 사용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는 매우 어려운 난간에 놓이게 된다.
실제 실사 극영화들의 복원은 필름의 얼룩과 잡티를 제거하는 공정을 갖고, 깨끗한 실사풍 이미지로 만들었다.하지만, 애니메이션은 필름과 잡티는 애니메이션 고유의 특징이라, 쉽게 제거할 수 없었다.그리고 홍길동을 제작 당시 돈이 너무 없어 재활용한 셀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것은 특유의 재질을 만들기도 하고, 매우 복잡한 제거 대상이 되기도 했다.어쨋거나,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여러번 인화됨으로 먹선이 흐려지고, 그레인이 많이 생기는 각종 오류도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었다.원본의 느낌과 작화를 얼마나 유지하고 살려야 할지 굉장한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발굴된 필름은 일본판이었기 때문에 국내 개봉 당시의 형태로 복원하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엔딩 크레딧은 모두 일본어였는데, 그것을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에도 난항이 있었다.
제목 복원도 예전에 포스터 이미지를 어렵게 구해 다시 만들었다.
가장 까다롭다고 느낀 부분은 오프닝 크레딧 이였다.
일본판은 한국 제작진 대부분을 한자로 표기되었고, 일본 성우들의 이름이 아주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본판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여러 추정을 통해 제작했다.
<홍길동의 의의>
한국의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제작하던 당시, 국내는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전무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연구와 실험을 병행하며 하나하나 기준을 만들었다.
사실 신동헌 화백과 제작진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그들만의 독특한 그림 기법을 구사하게 된다.
셀에 일일이 붓으로 하나씩 쌓아 올린 아름다운 채색은 홍길동만의 매력이 된다.
특히 어둠 속에 홍길동 일행은 달빛에 보일 듯 말 듯 미세한 심야의 음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작화라 할 수 있다.
현대는 누구나 쉽게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제작도 용의 하다.
하지만... 셀 애니메이션만이 주는 미학과 풍성한 정서는 쉽게 체험하기 힘들 것이다.
옛것이 무조건 나쁘고 후진 게 아니라, 옛것만의 매력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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