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VFX팀이 겪는 고통의 근본적 이유
**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기 때문에, 공감을 못할수도 있다.
1) 어째서 감독과 소통하기 힘든가?
문과 출신의 감독과 이과 출신의 VFX팀이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려면, 사실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점은 연출과 사실성의 모호함이라 생각된다..
사실적 CG -> 리무브, 실제 효과, 리터치 | 연출적 CG -> 아트웍, 분위기, FX... |
사실적 CG는 촬영에서 부족한 사실감을 추가하는 작업을 칭한다.
예를 들어 건물 외벽을 연장하거나, 인물에 각종 먼지나 상처를 추가하거나...
이런 것을 주로 ‘일상 CG & 생활 CG’라고 한다. 드라마에서 90%는 생활 CG이며, 대부분 연출과는 상관없이 ‘허가, 에러‘를 보정하는 개념이다.
규모가 큰 VFX 작업에선 생활 CG는 감독이 컨펌조차 보지 않고, 조감독이나 VFX 슈퍼바이저 선에서 끝내기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아트웍이 들어가는 연출 CG이다.
예를 들어 화재신을 특효로 찍어놓고,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불꽃과 연기를 더욱 추가하는 경우라면, 단순한 사실감 이상을 표현해야 한다. 실제는 나타날 수 없는 규모의 큰 불꽃을 합성하거나, 의도적으로 불꽃이 속구 치는 방향을 수정하거나,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거나....
이때, 사실감을 기반으로 하지만,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문제는 감독들은 사실적 CG와 연출적 CG를 혼동한다는 점이다.
불을 합성한다고 해서 단순한 합성이 아니며, 자신이 생각하는 규모와 형태에 대한 연출이 들어가는데, 특별한 언급 없이VFX 작업을 요구하고, 제대로 작업하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작품에 주인공이 긴장하면 눈동자를 심하게 깜빡거리는 장면이 있어 합성한 경우가 있다.
내가 원하는 느낌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심하게 깜빡이다가 서서히 멈춰지는 장면을 생각하고 작업했지만, 감독은 전조 현상과 함께 조금씩 빨라지는 깜빡임을 원했던 것이다. 문제는 ’긴장감을 느낄 때 깜빡임 추가‘ 인데, 수정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핵심은, 단순한 VFX 작업이라 해도, 그것에 연출 의도가 들어간다면 서로 정확히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2) CG는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
영화에서 퀄리티는 비용과 시간 대비이다.
아무리 단순한 CG도 회사 입장에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단순한 리무브 작업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인원이 들어간다.
PM : 데이터 전달, 정리 | 슈퍼바이져 : 작업 내용 정리, 설명 | 아티스트 : 실제 리무브 작업 | 팀장 : 아티스트 내부 컨펌 |
데이터를 받아서, 내용을 설명하고, 작업하고, 컨펌보고, 추가로 ’프로그램 라이선스& 사무실 임대료‘처럼 인력과 별개로 유지비가 들어간다. 프로그램의 경우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사소한 일도 업무를 진행하려면 투입되는 최소 인원과 비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결국 가난한 프로젝트는 좋은 퀄리티를 낼 수가 없다.
적은 비용으로 VFX를 하면 서로 상처와 스트레스만 받을 것이다.
3) 드라마 감독의 경우 대표적인 2가지 스타일.
감독의 경우, 여러 스타일이 있다.
드라마 위주의 감독들은 크게 2가지 성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이상하지만 않으면 일단 ok 처리 | 스케쥴 무시하고 재왕적 굴림 |
드라마는 일단 시간이 너무 없고, 생활 CG가 많으며, 앵글이 정적이며 화려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작업해서 넘기는 경향이 있다.
현대물의 경우 분량이 많아서 그렇지, 기본 컨펌은 그렇게 힘들진 않는 것 같다.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게, 조감독의 힘이 굉장히 강하다.
특히, 편집실에서 후반을 담당하는 후반 조감독의 힘이 굉장히 쎄다.
종종 큰 작품을 하는 공중파 드라마 감독의 경우 제왕적 안하무인 경우가 있다.
아마 방송사의 정직원으로 PD로써 직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간 권위적인 성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좋은 감독님이 훨씬 많지만, 가끔 지독하게 못돼먹게 구는 감독의 경우 공중파의 큰 드라마 PD의 경우가 있다.
대다수의 감독은 좋은 분들이지만, 유독 힘들게 했던 감독들은 드라마 감독들이었다.
이건 OTT와는 조금 다른 공중파 드라마 감독에 한정한다.
4) 모든 것은 세세하게 협의하자.
감독과 VFX팀이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이 “알아서 해주세요.” 일 것이다.
영화는 사물의 위치, 배우의 표정, 세트장의 구조, 카메라의 움직임 아주 세세한 것까지 의도적으로 구성되고 연출되며 지극히도 계산적인 연출을 통해서 메시지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후반작업 때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알아서 VFX팀에서 연출해서 전달하면, 의도와 다르다고 다시 작업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엄청 많다.
의도적 연출이 영화의 기본인데, CG는 알아서 해달라고 하는 것은, 마치 배우에게 알아서 연기해 달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부분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음산한 느낌으로... 어색하지 않게.... 앞컷을 참고해서....
대부분의 감독은 세세하게 머릿속에 상상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 추상적으로 개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독도 보통의 사람이고, 상상력을 디테일하게 할 수 없다면, 적어도 레퍼런스라도 찾아서 줘야 하는데 간혹 말로만 하고 화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해?“
이렇게 말하면서 늘 추상적으로 말한다.
추상과 개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고 해서, 디테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차라리, 자신도 머릿속에 상상하기 힘드니, 일단 러프하게 붙여보고 이야기하자고 하던지...
레퍼런스를 세세하게 찾아서 줘야 하는데, 그걸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내가 VFX팀이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한다.
결론적으로 서로가 세세하게 말하고 디테일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독과 소통할 때는 ’문학적, 추상적,상징적‘ 표현을 자제해야 하며, 그렇게 지시한다면 결국 다시 물어봐야 한다.
5) 감독의 사고방식은 추상적 , VFX의 사고 방식은 논리적
예를 들어 감독이 CG팀에 직접 와서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감독이 모니터에 손가락을 가르치며 이쪽으로 이동하는 느낌이 들게 해달라고 하면 VFX팀은 그대로 한다.
문제는 감독의 말을 그대로 진행해서 보내면,
”그런느낌을 원한다는 거지, 그대로 하란 게 아니지 않는가?”
이런 식의 대화를 자주 한다.
이것은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이 아무리 세세하다고 해도 결국은 일정 부분 추상적이며, 관객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열려 있는 수동적인 경우도 많다.
감독은 상상력은 좋을지 몰라도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고방식의 차이도 있지만, 가끔은 못 댄 감독들은 작품의 흥행 실패를 VFX팀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가 재미있으면, CG는 어색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CG팀은 편집을 완벽히 끝나기 전에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소리없이 1f씩 그림만 보고 작업을 한다.
정말 큰 CG라면 CG팀 주도로 세세하게 피드백을 주겠지만, 대다수의 샷들은 촬영본 기준이기 때문에 세세한 지시가 필요하다.
감독의 추상적인 생각이, CG팀에겐 현실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작업을 하려는데 추상적인 말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흥행 감독의 최고 자질은 ’스텝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 주는 능력‘이라고 한다.
감독과 VFX팀의 사고방식은 다르다는 점을 서로 이해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게 좋다.
6) 감독이 자기 편하자고 VFX를 시키는 것의 문제
기존 내용과 비슷한 말이지만, 알아서 잘해주겠지 하는 감독은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한 생활 CG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다.
VFX는 감독이 할수 없는 VFX기술을 보조해 주는 역할이지, VFX팀 스스로 알아서 연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큰 VFX가 아니라면, 감독이 일일이 컨트롤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감독과 VFX팀의 궁합이 잘 맞는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단순한 말 몇 마디로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게 좋다.
서로의 의사소통을 적절히 하기 위해서, 레퍼런스를 최대한 많이 찾아 공유하며 소통하는 게 좋다.
7) CG팀을 나중에 섭외하면, 편집을 새로 해야 할지 모른다.
CG는 후반작업이라 가끔 촬영을 다 끝내고 업체를 찾는 경우도 있다.
대다수의 상업영화는 애초에 팀을 섭외하고 하겠지만, 상황에 따라서 나중에 업체를 선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단순해 보이는 CG라도 비용과 시간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화재씬에 불을 추가하는 경우
단순 합성 : 소스 촬영, 스톡 구매 | 연출 합성 : FX 시뮬레이션 |
감독 입장에선 단순하고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원하는 느낌을 표현하려면 어쩔 수 없이 시뮬레이션을 새로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감독 생각하는 CG내용과 실제 CG작업에는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 따라서 해당샷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나중에 섭외한 CG 업체가 FX팀이 없다면, 해당컷은 재편집되거나 다른 팀을 섭외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CG는 촬영 이전에 어떤 팀과 진행하며, 어떤 요소를 CG로 만들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자와 회사에 따라서 작업 스타일도 매우 다르다.
가끔 촬영시간에 알아서 CG소스를 찍어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CG작업에 쓸모가 없거나 잘못된 소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생각의 괴리감을 줄이는 노력이 서로에게 필요하다.
심지어 촬영장에 나가는 VFX슈퍼바이져도 다양한 출신이 있다.
합성,3D,FX.... CG는 전문 분야가 아주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 전문가로서 상주하는 VFX 슈퍼바이저들도 소스 잘못 찍어왔다고, 엄청나게 욕먹는데 하물며 일반 스텝이 알아서 소스를 잘 찍어 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8) 창의적인 일과 단순한 일의 차이
CG작업의 기본은 사실적인 CG이다.
창의성과 디자인이 분명 들어가긴 하지만, 일반 VFX팀의 근본 목적은 사실감 있는 합성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길에 뱀이 지나가는 장면을 VFX로 만들 때...
실제처럼 합성하는 일은 일반 VFX의 전공이지만, 독특한 형태의 뱀을 디자인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이다.
실제 작업에선 이 정도의 디자인은 CG회사에서 하긴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CG팀이면 ’메인 타이틀 , 오프닝 시퀀스, 리더 필름‘을 그대로 작업하는 줄 안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모션 그래픽’을 전문으로 하는 팀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일반 VFX팀이 진행하지 않는다.
아주 단순한 경우만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큰 CG회사의 경우, 또는 회사 이름에 ‘스튜디오‘가 들어 있는 경우, 디자인도 함께 진행한다.
일반적 CG회사는 화려한 모션이나 창의적인 업무는 주력으로 하지 않는다.
아주큰 CG회사도 ’모션 그래픽’ 작업자는 1~2명에 불과하다.
모션 그래픽을 희망하는 사람은 애초에 광고 회사에 들어간다.
영화에서의 모션 그래픽은 주로 단순한 (휴대폰, 네비게이션, 트랜지션, 화면 탬플릿) 영화 사이사이에 있는 생활 CG를 보조하는 수단이다. 많은 모션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영화 VFX회사에 취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 퇴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단순 합성 CG와 극도로 창의적인 컨셉이 들어가는 디자인은 결이 조금 다르다.
CG의 힘을 빌린다고, 모두 CG팀에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서로 알고 있어야 한다.
9) 감독이 도와주겠다는 중간 컨펌의 함정
간혹 감독들은 컨펌을 빠르게 해 주고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대충 해서 달라고 한다.
문제는 아무리 대충 해도 초기 작업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감독에게 보여준다면...
대충 날려도 비행기 모델링은 있어야 한다.
감독에게 동영상으로 보여주려면, 결국 랜더링도 하고 합성도 해야 한다.
대충 해서 전달했기 때문에 100% 추가 수정이 나온다.
대충대충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초기에는 들어가는 시간은 똑같고, 계속 재작업만 해야 하므로CG팀은 아주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럴 때는 영상으로 컨펌을 보는 것보다, 1장을 제대로 뽑아서 컨펌을 받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CG팀을 도와주려면 레퍼런스를 많이 공유하고 세세하게 작업지시서를 작성해 주는 게 훨씬 낫다.
결론적으로 아무리 대충 해도CG의 공정은 변함이 없고, 재작업만 계속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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